"사고 또 산다"…'반복 매출'에 꽂힌 투자자들 몰리는 곳 [긱스]

입력 2023-04-10 10:20   수정 2023-04-10 10:5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상을 '구독'하는 시대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물론이고 점심 식사부터 면도기, 생리대, 세탁, 세차까지 구독할 수 없는 것이 없습니다. 일회성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 매출로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는 스타트업들이 톡톡 튀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다양성, 편리성, 가성비를 중시하는 MZ 세대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려 국내 구독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적잖은 투자금을 유치한 구독 스타트업들의 초기 성공 스토리도 들려옵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2010년 낸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그의 관측은 10년 아니 3년 뒤에도 유효할까요? 구독 스타트업의 세계를 한경 긱스(Geeks)가 살펴봤습니다.




스타트업 업계가 '구독'에 푹 빠졌다. 계란이나 원두 같은 식료품부터 면도기, 생리대 등 생필품, 나아가 세탁이나 세차 등 일상 구독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이미 '주류'로 떠올랐지만, 일상 제품을 구독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도 인기를 끈다. '구독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은 이 회사들이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묶어둘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먹을거리부터 세차까지 '각양각색' 구독 상품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점심 식사 구독 서비스 '위잇딜라이트'의 누적 식수량이 350만 개를 넘어섰다. 위잇딜라이트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샐러드, 밥, 샌드위치, 면류 등 매일 2~3가지 음식을 구독 형태로 제공한다. 가격대는 한 끼에 6900~8900원 수준이다. 위잇딜라이트 운영사 위허들링 관계자는 "350만 식수는 월 23만 식, 일 1만 식 규모"라며 "식품 구독 분야에서 압도적 1위"라고 했다.

이 회사는 식사 구독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저렴한 식사를 찾는 2030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도 증가했다. 누적 이용자 수는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잠정)은 104억원인데,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제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에 부는 '구독 바람'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중이다. 이를테면 커피 관련 용품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인 '원두데일리'나 '코케비즈' '브라운백커피' 등도 스타트업의 작품이다. 원두나 시럽, 디저트류뿐만 아니라 커피머신을 구독 형태로 내놓기도 한다.



계란을 1주~1개월 단위로 정기 구독할 수 있는 '월간계란'은 평사방사에서 키운 계란을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내세웠다. 당일 낳은 계란을 받아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전통주를 구독할 수 있는 '술담화'는 취향이나 음식 궁합에 맞는 술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곁들였다. 회원수는 1만 명이 넘는다.

그런가 하면 세탁이나 세차 같은 서비스도 구독 형태가 인기다. 의류 세탁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세탁특공대(워시스왓)나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같은 플랫폼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넘보고 있다. 앱을 통해 자동세차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오토스테이는 수도권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10여 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엔 SK에너지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반복 매출'에 꽂힌 투자자들
VC들은 구독 플랫폼이 가진 안정적 '리텐션(유지율)'에 주목한다. 리텐션은 고객이 유지되는 비율이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면 그들이 꾸준히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리텐션 마케팅이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중장기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구독 모델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비용을 주기적으로 지불한다. 일회성 소비자를 장기 고객으로 잡기 위해 리텐션 전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반적인 커머스 플랫폼과는 다른 점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매번 새로운 고객을 데려온 뒤 한 번 구매하고 이탈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피곤하고 마케팅 비용만 많이 쓰게 되는 것"이라며 "구독 상품을 활용하면 고객획득비용(CAC)으로 주기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텐션과 반복 가능한 매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선 고객을 확보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수민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은 "구독모델은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한 반복매출(Recurring Revenue)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의 예측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구매자가 서비스에 오래 머무르는 구조인 덕분에 업셀링(고가 상품 판매 전략)과 크로스셀링(교차 판매)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VC의 투자 '러브콜'은 이미 잇따르고 있다. 위허들링은 누적 투자금이 120억원을 넘어섰다. 생리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라엘은 60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했는데,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신세계그룹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유니레버벤처스 등 글로벌 투자자도 사로잡았다. 또 꽃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꾸까도 IMM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VC로부터 17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소유의 종말 온다"... 글로벌 1900조 시장
해외에서 구독 모델을 가진 대형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농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미국의 미스핏츠마켓은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흠집이 있는 '못난이 농산물'을 저렴하게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전략을 세웠다.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인 데일리하베스트는 신선 재료 등을 활용한 밀키트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2021년 유니콘기업이 됐다. 독일 기반 전기 자전거 구독 스타트업 댄스, 프랑스 기반 의류 대여 스타트업 핵유어클로젯 등도 눈길을 끈다.

미국 핀테크 회사 주오라는 구독경제지수(SEI)를 집계한다. 구독 모델을 가진 회사들의 연간 매출 성장률을 나타낸 지표다. 지난해 SEI 성장률은 12%로, S&P500에 소속된 회사들의 성장률(10.6%)보다 높았다. 이 지수의 범위를 10년(2012~2021년)으로 넓히면 구독 모델을 보유한 회사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7.5%로 S&P500 소속 기업 성장률(3.6%)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는 구독경제 시장을 지난해 2756억달러(약 358조원)로 추정했고, 이는 연 평균 21.7%씩 늘어 2026년엔 5991억달러(약 778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 1위 은행 UBS는 이 시장이 2025년 1억5000만달러(약 19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 역시 2020년 40조원에서 2025년 1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스타트업이 구독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로는 대기업에 비해 유연한 조직 구조와 적은 인건비 부담 등이 꼽힌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건비가 높지 않고 조직이 유연해 '몸이 가벼운' 스타트업들은 틈새 시장에 구독 모델을 넣기가 용이하다"며 "소비자를 묶어두는 강력한 '록인 효과'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고객을 모으고 나면 향후 다른 사업 영역에 진출하거나 대기업과 협업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독 모델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소유의 종말'이 다가온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러미 리프킨이 일찌감치 예상했듯,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접속'하는 형태로 소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접속은 '구독' 방식으로 나타난다. 전 교수는 "저성장 시대가 오면서 '소유'할 여력 자체가 줄어들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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